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시럽의 색이 확연히 진해지고, 그만큼 밤의 맛도 더 진하게 납니다. 달곰하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던 설탕물이 당도가 아주 높은 시럽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외부 일정이 꽤 많아서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정말 춥더라구요. 세상에. 밤을 까던 날에는 반팔에 얇은 린넨자켓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두꺼운 모직 자켓을 입게 되었습니다. 초가을에서 시작해서 늦가을로 넘어와버린 것 같아요. 마롱글라세가 맛이 들어가는 것 만큼 계절도 깊어지네요. 이 시기의 마롱글라세는 조금 더 가을을 품은 맛으로 완성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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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저희집 털식구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때 베란다에서 무거운 무쇠냄비를 들여왔습니다. 이제 시럽의 양이 줄어 밤을 다 덮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밑바닥에 있는 밤들이 타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아래위를 뒤집어 엎을 수는 없으니 끓기 전까지 냄비를 조금씩 흔들어줍니다. 와인잔에 와인을 넣고 흔들며 와인이 잔의 벽을 타도록 하는 것을 스월링(Swirling)이라고 하는데요, 시럽이 냄비 안에서 가볍게 스월링 한다는 느낌으로 흔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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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세게 하면 밤이 다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요. 시럽을 가볍게 스월링시키면서 밤을 조금씩 이동시켜줍니다. 이 과정에서 작은 밤들은 위치가 바뀔 수도 있어요. 그럼 큰 밤들이 시럽 안으로 자리잡는데도 도움이 되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5분간 뭉근히 끓입니다. 5분 후 불을 끄고, 뚜껑을 닫습니다. 오늘의 일과도 끝이 났네요.

마롱글라세의 마지막 단계는 시럽을 뺀 후 낮은 온도의 오븐에서 천천히 말리는 일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시럽에 젖어있을때와는 식감이 다릅니다. 시럽은 배어든 것 같은데, 식감이 아직 조금 덜 나는 것 같았어요. 어느정도 완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각 하나를 빼서 약식으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보았습니다. 80도에서 5분씩 두 번을 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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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감을 찾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동네의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다가 정확한 예시를 찾았습니다. 제가 찾고 있는 식감은 바로!!!

사진출처: 마켓컬리

사진출처: 마켓컬리

편의점의 그 미니약과!! 다들 뭔지 아시죠 약간 이....꾸덕과 쫀득 사이의 무언가. 떡이랑은 다른 밀가루반죽이 주는 가루지는 느낌 사이로 꿀이나 시럽이 차 있어서 살짝 쫜-득 한 느낌이 나는!! 바로 이 식감이에요. 요리를 할 때는 맛의 지향점을 찾는 일이 정말 중요해요. 특히나 먹어 보지 않은 것을 만들 때는, 그 맛이나 식감의 목표점을 가능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잡아야 해요. 그래야 실패를 줄일 수 있거든요. 어떤 맛을 낼지, 어떤 식감을 낼지 결정하면 요리의 레시피가 명확해지기도 하고요. 물론 맛에 있어 정답이란 것은 없습니다. 200명이 요리를 하면 200개의 맛이 나오는 것이 요리의 즐거움이니까요. 다만 저는 마롱글라세를 만들 때는 이 미니약과를 기준으로 완성의 타이밍을 잡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