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가을 볕이 참 좋은 요즘이네요.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날이 조금 어두웠지만 집에 빛이 들던 이른 아침, 마롱글라세를 사진으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롱글라세의 색과 햇빛의 색이 닮았다는 것을 눈치챘거든요. 늘 아이폰으로 급한 과정컷만 찍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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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밤조각 사이로 원형이 잘 남아있는 밤이 조금 보이죠? 오늘까지 깨지지 않은 밤들은 아마 이대로 자신의 여정을 마치게 될 확률이 높아요. 오늘도 이 밤들의 귀여움에 몸부림치고 말았어요. 동글동글하고, 노랗고, 달콤해요. 세상에 귀여워.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제와 어제에 걸쳐 시럽을 졸였더니 확실히 시럽의 색이 진해지고, 농도도 달라졌어요. 밤에도 충분히 배어들었구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찬찬히 보니 참 보석처럼 반짝이네요. 도대체 이 냄비 안에 들어있는게 뭔지 (정확히는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저희집 털식구와 함께 눈을 밤 가까이에 두고 구경했어요. 매일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는 밤 위로 내려앉은 황금색 빛. 이 반짝임을 보는 것이 좋아서 저는 몇 년째 마롱글라세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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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에 부딪힌 햇빛이 냄비벽에 만든 모양도 괜히 예뻐보입니다. 냄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음에 드는 모양을 찾아냈습니다. 둥근 빛그림자라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 같은 몽글몽글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냈더니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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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레터에 자랑했던 예쁜 밤이에요. 사진의 주인공으로 삼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다시 냄비에 불을 올렸습니다. 차갑게 식은 시럽과 밤이 따끈하게 데워지고, 5분간 보글보글 끓으며 졸아들었어요. 이제 정말 마롱글라세의 모양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내일은 이제 마롱글라세를 포장할 것들을 미리 주문해놓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