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오늘은 밤의 상태를 조금 빠르게 변화시키기 위해 낮과, 밤에 두 번을 졸였습니다. 밤을 맛보았는데, 시럽이 안쪽까지 모두 스며들었더라구요. 씹는 내내 촉촉한 시럽이 나온다, 싶으면 다 스며들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조각이기 때문에 통밤은 아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수분을 날려 쫀득한 식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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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와 새벽 2시. 14시간의 텀을 두고 밤을 졸입니다. 정확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 레시피를 보면 대부분 밤을 졸일때 14-16시간 정도의 텀을 두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1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각 4분씩 졸였어요. 시럽의 농도가 아주 조금 짙어졌어요. 색도 어두워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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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분에 부상밤이 다수 발생했네요. 끓이는 과정에서 갈라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여요. 두 사진의 밤이 같은 밤인데요, 갈라진 것이 보여서 슬쩍 들어올려 보았더니 보이는 반쪽에만 금이 가서 겨-우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조심해서 밤을 졸이면 모양을 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신경써서 졸여볼 생각이에요. 일본에서는 밤이 덜 깨지게 하기 위해서 밤 하나하나를 면보에 싸서 졸이기도 한다고 해요. 처음엔 ‘그렇게까지?’하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상업성을 생각하면 그 방법이 최선이겠다 싶어요. 상황을 보아 저 밤을 면보로 감싸 졸이는 방법도 고려해볼까 하고 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도 깨지는 밤이 아쉽고 야속해요. 그 모양 그대로 마롱글라세가 되어주면 좋겠는데, 밤이 자꾸 쪼개지네요. 마롱글라세를 위한 밤을 졸일때 가능한 충격을 덜 주기 위해서 나무로 된 도구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아요. 마롱글라세를 만들때 저는 젓가락과 숟가락, 그리고 주걱을 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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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주걱과 왼쪽의 숟가락은 사실 식구의 것인데, 20년 넘게 사용한 물건이라 사람 손에 익고 길이 들어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있어요. 다른 숟가락과 주걱을 사보았지만 이만한 손맛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하도 오래 써서 가장자리가 동글동글하게 깎인 덕분에 다른 조리도구나 식재료에 상처를 덜 내요. 이게 사실 제가 이 두 나무 도구를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죠.

중간의 얇은 나무 젓가락은 일본에서 사왔어요. 일본에서는 한국의 젓가락보다 얇은 젓가락을 구할 수 있는데, 끝이 날카로워서 섬세한 작업을 할 때 집에서 요리용 핀셋(트위저) 대신 사용하기 좋아요. 젓가락은 날카로운 편이라 밤을 상처내기 쉬워서 가능한 쓰지 않는데, 이따금 깨진 밤을 시럽 사이로 밀어넣을때 사용합니다. 몇 년 전 후쿠오카에 출장을 갔을 때 발견한 저집(젓가락 판매점)에서 사왔습니다. 어디라고 알려드리고 싶지만 사실 아무도 후쿠오카에 갈 수 없겠죠...

마롱글라세 만들다가 갑자기 일본 가서 오야꼬동 한 그릇 먹고 젓가락 사서 팔랑거리며 커피나 마시고 싶은 마음이 됐네요. 곧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