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저는 오늘 다른 월요일보다 조금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어제가 오픈하우스서울2020 예매일이었는데 브릭웰 티켓 예매에 성공했거든요. 매년 오픈하우스서울 행사에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늘 안맞았는데 올해 드디어! 궁금했던 서촌 브릭웰을 돌아볼 수 있게 되어 하루종일 기뻤습니다. 혹시 브릭웰 투어 오시는 분들 있으면 눈으로 인사나눌 수 있기를. 그쯤이면 마롱글라세도 완성될테니 혹시 일정이 맞으면 몰래 하나 손에 쥐어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보아요.

오늘은 바로 그 즐거운 마음으로 밤을 졸였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센 불로 시작해서,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춥니다. 어제는 3분이었지만 시럽의 농도가 너무 묽어서 오늘은 5분을 끓였어요. 끓이는 사이에도 계속 깨지는 밤들 때문에 잠시 눈물을 훔쳐야 했지만 이쯤 한 번 시럽의 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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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럽이 묽을 때는 뚜껑을 더 조심스럽게 엽니다. 냄비 뚜껑에 맺힌 물이 마롱글라세 안으로 들어가면 더 묽어질까봐요. 매일 시럽의 수분을 날리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 굳이 다시 수분을 더할 필요는 없죠. 큰 영향은 없을 양이지만, 저금이라도 더 맛있는 마롱글라세를 만들기 위해 뚜껑을 기울이지 않고 위로 들어올린 후에 개수대에서 기울여 물기를 털어냅니다. 저는 큰 사이즈의 무쇠 냄비를 쓰고 있어요. 르쿠르제 26cm 냄비는 다 좋지만 뚜껑을 드는 데 힘이 꽤 든다는 아주 명확한 단점이 있습니다...사실 본체도 무겁긴 매한가지지만요. 그래서 베란다에 내놓거나 다시 불 위로 올릴때는 약간 데드리프트 하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해요. 혹시 저처럼 무거운 냄비를 쓰시는 분들은 허리를 조심하세요!

시간이 갈 수록 밤이 잠겨있는 시럽의 색이 진해집니다. 시럽에도 밤 맛이 점점 짙게 배어요. 마롱글라세를 만들고 남은 밤시럽은 나중에 따로 챙겨두었다가 홍차나 밀크티에타 마시면 좋습니다. 바닐라향과 밤 향이 짙게 배어서 조금만 넣어도 풍미가 살아나거든요.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아직 시럽이 진득해지기 전인 이 타이밍 즈음 해서 바로 테스트를 해보아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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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잠시 열어볼까요? 약간 서늘한 분위기와 따듯한 홍차의 조합이 가을 분위기를 내줄거에요. 저는 홍차 중에서도 친구가 선물해준 마리아주 프레르의 웨딩임페리얼 홍차을 사용했어요. 초콜릿과 캐러멜 향이 들어가 있는 화려한 맛의 홍차라 밤 맛과 잘 어울릴거에요. 구수한 탄내가 녹아있는 호지차도 잘 어울립니다. 저는 연한 단맛을 좋아해서 많이 넣지는 않았어요. 취향에 맞게 시럽을 몇 스푼 넣은 후 살살 저어줍니다. 스푼이 잔의 안쪽과 마주치며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은은하게 올라오는 바닐라향. 그리고 차가운 바람 덕분에 시린 코끝. 늦은 밤이지만 차 한 잔으로 시간을 붙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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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그림자의 꼬리가 길어지는 여름의 끝이었다.” 이런 멘트로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네요. (차마 '여름이었다'고는 못하겠음) 더 새벽 두시 트위터 감성이 되기 전에 사라질게요. 내일은 더 진한 색의 시럽을 만날 수 있길.

그럼, 여러분 좋은 밤, 그리고 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