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조금 게으른 시간에 게으른 일기를 보내요. 지난 레터는 포르단밤에 대한 연서같은 느낌이었죠 (민망) 앞서 말했지만, 밤을 까는 과정이 마롱글라세를 만드는 전체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들고 복잡한 일이에요. 이제부터는 오직 시간이 필요한 과정만이 남았어요. 차근히, 매일의 상태를 관찰하며 밤을 돌보아야 합니다.

저는 밤 2kg를 기준으로 계량을 했어요. (까기 전의 무게)

큰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흔히 주방에서는 설탕과 물을 1:1로 넣어서 졸인 것을 심플시럽(simple syrup)이라고 부르는데요, 원래는 마롱글라세도 심플 시럽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저는 물을 조금 더 넣어서 묽게 시작하는 것을 선호해요. 며칠간 졸이다보면 보면 생각보다 빨리 시럽이 꾸덕해지거든요. 아무래도 너무 꾸덕해지면 끓이기도 어렵고, 밤 속으로 시럽이 스며들기도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물을 조금 더 잡는 편입니다.

시럽이 바르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인 후 10분간 더 끓여요. 중간에 저어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럽을 만들때 저어주면 나중에 다 완성되고 나서 설탕이 '결정화'되어서 투명하게 굳지 않고 불투명한 막을 씌우거든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가능한 시럽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결정화와 관련된 자료를 공유할게요. 혹시 왜 결정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시럽 결정화

시럽을 10분간 끓인 이후에는 통후추와 바닐라빈을 넣습니다. 바닐라빈은 반을 가른 후 칼등으로 안쪽 부분을 긁어내서 시럽에 넣습니다. 저는 바닐라빈 껍질도 넣어서 함께 끓여요. 그럼 풍미가 진해지거든요.

바닐라빈이 비싸기 때문에 보통은 1개 정도를 넣는데요, 저는 조금 바닐라빈 인심이 후한 편입니다. 돈이 많아서! 일리가요. 마다가스카르, 타히티가 바닐라빈 산지로 유명한 곳이죠. 이 두 곳에서 나는 바닐라빈이 품질면에서도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바닐라빈을 생산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바닐라빈은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현지에서 구입할 때 특히 저렴합니다. 정말 다발로 팔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매년 발리 또는 다른 인도네시아 도시들을 여행했거든요. 그때마다 한 다발씩 사와서 쟁여두고는 했기 때문에 바닐라빈을 생각없이 때려넣을 수 있습니다. 1개만 넣으셔도 충분해요.

조금 tmi인데, 말리기 전의 바닐라빈을 보신 분이 계신가요....저는 처음에 발리에서 이걸 보고 줄기콩인줄 알고, 마당에서 따서 볶음 요리에 넣으려고 하다가 저지당했답니다....근데 진짜 줄기콩처럼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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