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오늘은 시럽을 조금 더 많이 끓여보았습니다.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 하고요. 아주 약한 불로 15분간 끓이면서 천천히 시럽의 농도를 잡고, 밤을 코팅했어요. 마지막에 말리듯 구워주는 과정에서 밤 표면에 얇은 설탕막이 입혀지는데 시럽이 잘 묻어있어야 이 막이 잘 형성되어요. 그래야 오래 보관할 수 있고요. 시럽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7분까지는 뚜껑을 열고 끓이고, 이후 8분은 뚜껑을 닫고 끓였어요. 그렇지 않으면 시럽에 잠겨있지 않은 윗부분이 마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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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면 거의 탄 것 같은 캐러멜 색에 불투명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맑은 연갈색의 투명한 시럽입니다. 바닐라빈이 아주 많이 들어있는 좋은 밤 향 시럽이요. 색을 보여드리려고 손등에 얹어보았어요. 뜨거운 시럽은 절대 얹으시면 안돼요. 제가 뜨거운 소스를 손등에 올려서 입은 화상이 오조오억개거든요...식었을때 올려서 맛을 봅시다. 이제는 점도가 꽤 생겨서 막 흘러내리는 시럽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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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투명하죠? 향이 좋은 만큼 맛도 좋습니다. 시럽은 아주 맛이 잘 들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화려한 바닐라향이 피어올라요. 통후추는 여전히 시럽 안에 있는데, 후추의 매운 맛이 느껴지는 대신 바닐라향을 받쳐줍니다. 덕분에 바닐라향은 더욱 강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냄비 뚜껑을 열기 전부터 설렜어요. 오늘은 얼마나 좋은 향이 날까 하고요. 괜히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뚜껑을 열어보았을 정도로요. 덕분에 아침부터 정말 좋은 바닐라 라떼를 마신 기분이었어요.

오늘은 밤을 졸인 후 몇 개를 덜어내 차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시럽이 잘 묻어있는 촉촉한 마롱글라세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밤이 달기 때문에 보이차는 조금 진하게 내렸습니다. 개완에 차를 우려낸 후 찻잔에 따르는 어떤 과정에 집중하면서 머리 속을 비웠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변하면서 마음이 조금 스산해지는 때인 것 같아요. 이럴 때 마음이 특히 가라앉기도 쉬운 것 같고요. 다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일요일을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마롱글라세를 함께 만들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마롱글라세의 달콤함과 향긋함이 새 계절에 잘 조금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라요.

그럼, 여러분 좋은 밤, 그리고 좋은 아침입니다.

나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