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오늘은 마롱글라세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마롱글라세의 가장 큰 특징은 속껍질을 모두 벗겨 밤의 결을 살린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손이 몇 배로 가고, 그만큼 비싼 편이고요.

저는 미리 밤을 주문해두었어요. 작년까지는 충남 공주에서 생산된 옥광밤을 사용해왔어요. 옥광밤을 고른 이유는, 특징은 밤알이 둥글고 단단하며 당도가 높고, 속껍질이 얇아 떫은 맛이 적다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옥광밤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요. 속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습니다. 한국산 밤 중에는 그나마 옥광 품종의 밤이 속껍질이 잘 벗겨진다고는 하는데요, 그래도 정말 벗기기가 힘들었어요.

출처: https://www.thespruceeats.com/marrons-glace-candied-chestnuts-recipe-1375145

출처: https://www.thespruceeats.com/marrons-glace-candied-chestnuts-recipe-1375145

해외 레시피나 영상을 보면 위의 사진처럼 밤 속껍질이 쉽게 까져요. 그냥 손으로 슬슬 밀거나, 이쑤시개로 살짝만 들어올려도 속껍질이 사라지는데, 다 익지 않은 상태의 옥광으로 시도하면 밤 껍질이 거의 밤과 한 몸처럼 붙어있어요.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끓인 물에 담가놓는 방법, 소다물에 데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서 모두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옥광으로는 어려웠습니다.

속껍질 벗기기는 마롱글라세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거든요. 근데 상상 이상으로 속껍질을 까기도 어려웠고, 겨우 까낸다고 한 들 손에서 깨지는 밤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2~3일 동안 밤을 까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도대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네...혼자 밤까다가 울고....그랬었네요... (교훈 : PMS에는 밤 속껍질 까기를 시작하면 안된다)

이렇게 계속 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과 셰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그리고 올해 초에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밤 품종이 다르고, 프랑스밤은 속껍질이 잘 벗겨지는 밤이라는 (어찌보면 약간 water is wet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와 가까운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마롱글라세를 만들 때 일반 밤인 'castagne(카스타네)' 대신 'marroni(마로니)'라고 하는 고급 품종을 사용한다고 해요.*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은 개량품종 밤이라고 하네요. 현지에서도 마롱글라세를 만들때 쓰이는 별도의 품종이 존재하는거죠.

(좌) 마로니 (우) 카스타네 | 출처 링크

(좌) 마로니 (우) 카스타네 | 출처 링크

| 자료 출처 : 농식품수출정보 이탈리아 밤시장 동향 (2006.09.04)

품종의 한계는 제가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라 올해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차. 친한 셰프가 새로운 품종의 밤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줬습니다. '포르단밤'이라는 품종이래요. 포르단밤의 별명은 '홀라당밤.' 속껍질이 잘 까지는 밤이라서 홀라당밤이래요. 심지어 사이즈도 옥광보다 큰 편이에요. 속는 셈치고 사보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도착한 날, 저는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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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에어프라이어에 몇 알을 구워보았는데 정말 속껍질이 홀라당 떨어진 이 영롱한 모양 보이시나요? 이거였어요. 저를 밤속껍질 지옥에서 구해줄 구원자! 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