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 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마롱글라세 만드는 일기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부끄럽지만 사실 특별히 이유랄 것은 없고요 그냥 마롱글라세 만드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롱글라세 만드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롱글라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할까 해요. 마롱글라세는 속껍질까지 벗겨낸 밤을 오랫동안 시럽에 졸여 맛을 들여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랑스 디저트입니다. 사실 어려운 요리는 아닌데 보통은 10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개 어렵다고 합니다. '밤을 설탕 시럽에 졸인다'고 생각하면 보늬밤조림과 무엇이 다른지 상상하기 어려운데, 이름의 뜻을 알고 나면 어떤 요리인지 더 알기 쉽습니다. 직관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거든요.

참쉽죠? 하지만 저는 이미지를 좋아하니까 여러분을 위해 사진도 함께 준비해보았어요.

사진자료는 우리 모두의 친구 GOOGLE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진자료는 우리 모두의 친구 GOOGLE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롱한 비주얼! 실제로 보면 정말 보석이 따로 없어요. 도쿄에는 파리의 유명 파티시에 셰프 장폴에방(Jean Paul Hévin)의 가게가 있는데요,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의 세상이 작아지기 전에 도쿄에 다녀오면서 그곳에 들렀습니다. 백화점 안쪽의 장폴에방 매장 한쪽 쇼케이스에 쌓여있는 마롱글라세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반투명한 진한 황금빛의 밤들이 하나하나 개별포장되어서 강한 조명 아래서 반짝이고 있더라구요. 꽤 비쌌던 것 같지만 홀린 듯 5개를 사들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맛도 식감도 모두 아름다워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맛있는 마롱글라세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었어요.

저는 올해로 3년째, 집에서 마롱글라세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 마롱글라세를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레시피를 찾아 보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오래된 고전 디저트다 보니 레시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레시피는 설탕을 300g넣으라고 하고, 어떤 레시피는 500g넣으라고 하고, 어떤 레시피는 하루에 1분 끓이라고 하고, 어떤 레시피는 3분 끓이라고 하고...제 표정은 정말 그야말로 '어쩌라는거야...'를 한 번에 담은 모양이었을거에요.

그만큼 제게도 시행착오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첫 해는 밤을 너무 오래 졸이는 바람에 딱딱해졌었고 (그래도 친구들이 밤새 과자처럼 다 먹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두번째 해에서야 드디어 제대로된 식감을 가진, 저만의 마롱글라세 레시피를 완성했어요. 아, 정확한 계량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레시피는 아니고, 밤의 식감과 시럽의 질감이 어느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네요. 그리고 올해는 조금 더 발전한 레시피를 테스트해보는 중이에요.

왜 마롱글라세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당연히 판매용은 아니구요, 주로 친구들과 나눠 먹거나 선물을 합니다. 2kg로 시작하지만 완성되는 양이 작기 때문에 친구들과 겨우 나눠먹는 정도입니다. '00일의 지옥불을 견뎌내라!!' 같은 과정이라 만들다가 깨지는 밤이 너무 많아서 온전한 모양으로 남는 밤은 거의 없거든요. 3~4일 만에 마무리하기도 하지만 저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맛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10일 정도를 졸이고 있습니다. 바닐라빈이 들어간 설탕시럽의 달달한 향기가 집안을 채우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 달콤한 공기 사이로 시간을 들여 밤을 살피고, 아이를 돌보듯 조심스럽게 밤을 굴리는 일은 꽤 로맨틱합니다.

앞으로 수일간 여러분의 아침에 레터를 가지고 찾아갈게요. 밤의 상태를 보면서 마무리할 타이밍을 정하기 때문에 몇 번의 레터를 보내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마롱글라세를 만드는 과정과,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을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이 레터의 기록을 따라가며 함께 마롱글라세를 만드실 수도 있고, 매일 같이 밤을 굴리며 대화를 나눈 것 같은 마음으로 레터와 함께해주실 수도 있겠네요.